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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베일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입찰결과와 계약체결을 보고 느낀 점 본문
역시 아람코는 영리했다. 그리고 토탈은 더 영리했다. 모든 것이 시나리오대로 완벽하게 움직였다.
지난 2009년 7월 7일 아람코와 토탈의 합작법인은 주베일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13개 패키지에 대한 96억 불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한국업체들의 일조로 당초 예산 대비 24억 불 정도를 절약하였다.
한국의 4개 업체가 전체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패키지를 수주하면서 선전하였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에 중동에서 처음으로 나온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테크닙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다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에 수익성은 안 좋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대어 있다. 2008년 가을 갑자기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동의 건설시장을 순식간에 셀러 마켓에서 바이어 마켓으로 바꾸어 버렸다. 지난 3월 쿠웨이트의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취소되었으며, 이를 백로그로 잡은 한국업체들은 절망에 빠졌다. 더구나, 카타르 정유공장 입찰과 함께 수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EPC업체들은 아사직전의 위기에 놓였다.
이때 아람코와 토탈은 주베일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전격적으로 등장시켰다. 아니, 이 기회를 이용하기 위하여 더욱 빠르게 진척시켰다. 그리고 전체 투자비를 120억 불에서 100억 불 이내로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짰다.
한국업체가 수주에 강한 욕구를 갖고 있음을 확인한 아람코와 토탈은 기성과 선급금 지급조건을 완화해 주면서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였다. 그리고, 1차 입찰 후에도 업체들에게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영리한 게임을 연출하였다. EPC금액을 가능한 한 낮은 금액으로 쥐어 짜면서, 선호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중동에서의 철칙 1번, 누구든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으면 언제나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이 프로젝트의 입찰은 약자에게는 불공평하게 되어있다.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으면 가격은 가격대로 내려가고, 심지어는 강자에 의해 뺏기게 되어 있다.
먼저 이 프로젝트의 FEED와 PMC를 맡고 있는 테크닙을 보자. 당연히 테크닙은 사우디 경험이 풍부하고 아람코와 가까우며 특히 토탈과는 같은 편이다. 테크닙이 모든 업체 중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업체가 약점을 가장 많이 노출시키면서 위치상 불리한 쪽에 몰려 있다. 7개의 메인 패키지 중 5개 패키지에 한국업체가 참여하면서 치열한 싸움판이 되었다.
발주처의 연출은 17억 불 규모의 패키지 1번 (증류시설)에서 돋보였다. 1차 입찰에서 SK건설이 최저가를 제출하였으나, 네고 단계에서 스페인의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가 1.6억 불이나 되는 금액을 과감하게 내려치면서 반전에 성공하였다. 쿠웨이트 같으면 어림도 없다. 양사의 가격 차이는 1천만 불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금액을 내릴 수 있을까?
SK건설에게 이번 아람코 입찰은 사상 최초이며, 지난 20년 동안 사우디에서의 공사 경험이 전혀 없었다. 이것이 문제였다. 대신에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는 4개의 아람코 프로젝트를 수행하였으며, 최근에 10억 불 규모의 라빅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완공하였다.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의 위치가 SK건설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 그래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가격은 SK건설 것으로, 수행은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가 하는 것이다.
패키지 2B번의 유황회수시설 입찰에서는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가 로이스트였으나, 대림산업이 상당한 금액을 낮추면서 8.2억 불의 수주에 성공하였다는 소문이다. 어쨌든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는 패키지 1번을 위해 이 패키지 2B번을 버려야 했다.
두 개 패키지에서 최저가를 제출한 삼성엔지니어링만이 한국업체로는 안전하게 수주를 지켰다. 패키지 3번의 7억 불짜리 아로마틱스에서는 SK건설을 제쳤으며, 패키지 4번의 9억 불짜리 감압잔사유분해장치에서는 치요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포스터휠러와 대림산업의 컨소시엄을 물리쳤다. 발주처 특히 아람코와의 돈독한 관계가 강점이 되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당연히 테크닙이다. 13억불에 달하는 패키지 5A번 (간접 및 동력시설)을 FEED와 PMC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철저하게 수의 계약으로 이끌어 냈다. 컨소시엄 파트너인 CTCI는 테크닙이 2개 패키지를 따기 위한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그리고, 패키지 2A번인 17억 불 규모의 중질유전환시설 입찰자 명단에 자기가 원하는 클럽멤버들로 채우면서 손 쉽게 처리하였다
항간에는 아람코가 테크닙을 잘 요리하여 가격을 낮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테크닙이 아람코를 갖고 놀았다. 발주처와 입찰자는 항상 대립되어 있으며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한다. 서로가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베스트를 다한다.
입찰자끼리는 항상 싸우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언제나 클럽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금년도 상반기에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발주한 알제리로 한번 가보자.
금년 3월 소나트랙과 ENI의 합작법인이 발주한 MLE가스전개발 프로젝트를 사이펨이 18억 불에 수주하였다. JGC, 페트로팩, SNC라발린이 경쟁업체로 참여하였으나, 당연히 사이펨의 기득권을 인정하였을 것이다. 혹시 무슨 거래가 있지 않았을까?
이어서 페트로팩은 엘메르크 중앙처리시설 패키지를 22억 불에 수주하였다. 5월에 사이펨은 또 다시 JGC와 경쟁하여 LPG 플랜트 프로젝트를 10억 불에 땄다. 그러나 JGC는 테크닙, SNC라발린, 사이펨 그리고 마지막으로 페트로팩을 제치면서 가씨토울리 가스통합 프로젝트를 13.6억 불에 수주하였다. 그리고 지난 6월 SNC라발린은 LNG 처리시설을 11.1억 불에 계약하면서 테크닙을 제외한 모두가 케이크를 가져갔다.
다시 주베일로 돌아오면, 테크닙이 포함된 패키지 2A번에는 한국업체들을 제외시킨 채 사이펨과 JGC만이 입찰에 초청되었다. 알제리에서와 같은 냄새가 난다. 테크닙 차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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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람코는 한국업체의 약점을 적극 이용하여 투자비를 바닥으로까지 내릴 수 있었다. 더구나, 1, 2위 업체에게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더 줌으로써 4-5억 불을 추가로 낮추었다. 반면에 토탈은 테크닙에게 가장 많은 패키지를 안정적으로 수주하도록 지원함으로써 프랑스 국가발전에 이바지하였다.
테크닙이 승자가 되었다. FEED와 PMC를 맡고 있는 업체가 EPC입찰에도 참여한다는 것은 엄연한 불공정 거래다. 테크닙은 이를 해냈으며 또한, 이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였다. 테크닙이 가장 많은 계약고와 함께 가장 많은 이익을 낼 것이다.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는 아람코의 지원으로 반전에 성공한 것에 만족해야 한다. 한국업체 중 사우디에서 가장 활발한 삼성엔지니어링은 다시 한번 저력을 과시하면서 석유화학에 이어 정유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였다.
SK건설은 패키지 1번을 잡았다가 놓치면서 스타가 될뻔한 기회가 사라졌다. 가장 아쉬워할 만하다. 그리고 머피의 법칙이 아부다비의 IGD프로젝트에서 적용되었다. 그러나 공장 유틸리티시설을 4.2억 불에 수주하여 사우디 아람코에 처녀 진출한다는 데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다.
(하고 싶은 말)
언제나 가격 경쟁력 하나만 갖고 싸워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 잘못하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프랑스의 테크닙, 이태리의 사이펨, 일본의 JGC 등과 같은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국가 단위가 아니라 세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EPC업체가 되어야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이기기 위한 경쟁이라면,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회사의 총체적인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
(입력: 2009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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