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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가스통합개발 (IGD) 프로젝트의 입찰결과를 보고 느낀 점 본문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지난 2009년 7월 15일 가스코와 아드가스는 가스통합개발 프로젝트 (IGD) 중 무려 100억 불에 달하는 5개 패키지에 대한 입찰결과를 발표하였다. 전체 5개 패키지 중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중공업 등 3개의 한국업체가 3개 패키지에서 39억 불의 수주고를 올렸다.
묘하게도 바로 한달전에 쥬베일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한 업체들은 이번에 하나도 수주하지 못하였다. 이처럼 경쟁력은 때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쥬베일과는 다르게 아부다비의 발주처는 이상(?)하리만큼 별도의 가격 협상없이 신속하게 로이스트한 업체를 계약자로 선정하였다. 각 패키지 별 수주 업체와 금액은 다음과 같다.
패키지 1번 (합산 5 가스플랜트): JGC와 테크니몽 컨소시엄 (47억 불)
패키지 2번 (동력 및 간접시설): 현대건설 (17억 불)
패키지 3번 (루와이스 No. 4 NGL 플랜트): 페트로팩 에미레이트와 GS건설 컨소시엄 (22억 불)
패키지 4번 (저장탱크): CB&I (5.3억 불)
패키지 5번 (다스섬 가스처리시설 및 동력시설 패키지): 현대중공업 (10억 불)
그 동안 가스코와 아드가스는 IGD 5개 패키지의 입찰에 의도적으로 한국업체를 골고루 참여시킴으로써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였다. 입찰에 초청받은 6개의 한국업체 중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은 아쉽게도 2위를 하면서 수주에 실패하였다.
모든 관계는 끊임없는 주고 받음의 연속이다.
5개 패키지 중 가장 큰 패키지 1번은 그 금액이 무려 47억 불짜리로 글로벌 EPC업체들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었다. 작년 3월의 PQ에 이어 금년 1월에 입찰서가 발급되면서 각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졌다. 그러나 테크닙은 진작부터 연고가 있는 쥬베일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입찰에 전력을 다하느라 기가 빠진 상태였다.
3월에 린데와 삼성엔지니어링이 새롭게 컨소시엄을 맺어 도전장을 내밀면서, JGC/테크니몽 컨소시엄 및 플루어/CCC/SK건설 컨소시엄과의 대접전이 벌어졌다. 각 컨소시엄은 화려한 진용만큼 의욕도 강했다.
JGC와 테크니몽의 컨소시엄은 2002년 12억 불 규모의 리비아 와프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하여 완공시킨 바 있어 동맹은 처음이 아니며,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린데와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에틸렌에서 맺어진 동맹을 바탕으로 JGC와의 일전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린데는 이미 금년 7월에 보루쥐 에틸렌 3단계 확장사업을 11억 불에, 삼성엔지니어링은 6월에 쥬베일과 알제리에서 3건의 정유공장 프로젝트을 37억 불에 수주하였기에 상대적으로 여유는 있어 보였다.
플루어, CCC, SK건설의 3사간 제휴 역시 괜찮아 보인다. 플루어는 CCC와 2005년 10억 불 규모의 합산 가스콤플렉스 확장사업에 원청과 하청으로 관계를 맺었다. 또한 플루어는 2001년과 2002년에 SK건설과도 2건의 쿠웨이트 화재복구공사에 같이 일한 적이 있다.
문제는 CCC다. CCC는 팔레스타인계가 운영하는 중동 최대의 건설회사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건설공사에 누가 원청이 되든 CCC의 참여는 불가피하다. 사막의 여우인 CCC가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며, CCC를 조커로 활용하는 자가 승리하게 될 것이다.
JGC와 CCC의 관계는 아주 밀접하다. CCC는 JGC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모든 대형 프로젝트에 건설공사의 하청으로 참여하면서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10억 불의 계약고를 올린 바 있다. 린데 역시 CCC와 컨소시엄으로 지난 2006년부터 24억 불에 달하는 보루쥐 2/3단계 확장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에 SK건설은 2005년에 CCC 를 지명하청사로 잡아 쿠웨이트의 KOC FMP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수주에 성공하였으나 불협화음으로 관계가 깨졌다. 쿠웨이트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던 SK건설이 CCC를 버린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CCC와 일한 경험이 전혀 없다. 언제부터인가 CCC는 한국업체를 협력상대가 아닌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정보수집 네트워크가 완벽한 JGC는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나중에 CCC가 이 패키지 1번의 시공업체로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가장 완벽한 영업은 바로 주고 받음을 통하여 수주를 성사시키는 기술이다.
가격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패키지 2번의 동력 및 간접시설 입찰에서는 현대건설이 17억 불의 최저가를 제출하였다. 이번 입찰은 100억 불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5개의 패키지로 나누어 동시에 발주되면서 현장에서 벌어질 막대한 건설공사를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승리의 관건이었다.
반면에 뛰어난시공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경쟁자들 보다 훨씬 뛰어난 수주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현대건설은 경쟁상대인 SK건설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전략을 수립하였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가치공학 (Value Emgimeering)을 입찰단계에서 도입하였으며, 수주에서 실패한 사례들을 분석하여 개선을 시도하였다. 한편 하청사와의 철저한 협상으로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데 주력하였다.
경쟁 입찰에서는 최저가를 제출한 업체가 승리자이며 왕이다. 따라서 가격을 상대보다 낮추기 위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현대건설은 2위를 한 SK건설과 4%의 가격 차이로 수주에 성공하였다.
발주처로부터 축복을 받을 수 있다면?
입찰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가장 완벽한 그러나 매우 드문 경우 중의 하나는 발주처로부터 축북 (Blessing)을 받는 것이다. 페트로팩이 이를 해냈다.
역사가 짧은 페트로팩은EPC업계의 후발주자인 만큼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페트로팩은 이번 입찰에 페트로팩 에미레이트라는 회사 이름으로 참여하였다.
페트로팩 에미레이트는 아부다비 정부의 자산과 자금을 관리하는 무바달라 개발회사가 페트로팩과 51대 49 합작으로 만든 회사다. 무바달라의 회장은 아부다비의 크라운 프린스로서 아랍에미레이트의 다음 대통령으로 내정되어 있다. 현 아부다비 국왕의 동생이다. 한마디로 막강한 권력과 부의 소유자다. 누가 이 사람의 뜻을 거스를 수가 있을까?
아부다비의 터줏대감들이며 쟁쟁한 스남프로게티, JGC,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 등이 이 패키지 3번의 입찰에 참여하였으나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엔지니어링회사로 태어난지 8개월도 안된 페트로팩 에미레이트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GS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22억 불짜리 루와이스 No. 4 NGL 플랜트 패키지를 낙점하였다. 엔지니어링 역사상 신기록에 나올만 한 스토리다.
이번 입찰은 페트로팩의 아랍식 전략이 성공한 케이스가 되었다. 여기에 GS건설이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 역시 탁월한 전략이었다.
전문가만이 살아 남는다.
패키지 4번과 5번은 탱크시설과 해상공사로 남들이 잘하지 않는 전문가의 영역에 속한다.
탱크시설의 최강자 CB&I
미국의 CB&I는 패키지 4번 LPG 탱크의 건설공사 입찰에 대우건설과 펀지로이드의 경쟁을 물리치고 5.3억 불에 수주하였다. 어떻게 미국회사가 한국과 인도회사를 이길 수 있는가?
이미 70년전부터 중동에 진출한 CB&I는 탱크건설의 선구자이며 최강자다. 특히 작년 말에 이번 패키지와 유사한 루와이스에서의 LPG 탱크 4기 건설공사를 완료하면서 절대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CB&I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백방의 노력을 다하였다. 2007년 200명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아즈만 엔지니어링 센터를 설립하였다. 그후 CB&I는 풍부한 시장이 있는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직접 상세설계를 수행함으로써 위기 속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대우건설과 펀지로이드는 탱크 전문가라기 보다는 토목과 건축을 포함하는 모든 건설 분야에 참여하는 종합건설회사다. 펀지로이드는 영국의 사이몬 카브스와 싱가폴의 셈바왕건설회사를 인수하면서 문어발식 확장을 계속하고 있어 전문 분야에 대한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2위를 한 대우건설은 아부다비에서의 플랜트공사 경험이 전혀 없다. CB&I처럼 본사나 현지에 엔지니어링 센터를 갖추지 못하였다. 아무리 가격을 줄이려고 노력해봐도 CB&I를 따라 잡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상공사의 최강자 현대중공업
패키지 5번은 다스섬 앞 해상을 매립하고 그 위에 모듈 24기로 구성된 가스처리설비를 건설하는 공사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 2006년 9월에 아드마옵코의 16억 불짜리 해양설비공사를 수주한 바 있어 이번 공사의 입찰 경쟁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일찌감치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해상공사에 도전하여 지금은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되었다. 해양관련 설계, 구매, 제작, 설치 및 시운전 등의 전 분야를 자체 기술로 수행하고 있으며,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확보하였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테크닙과 사이펨의 경쟁을 가볍게 제치고 10억 불의 수주에 성공하였다.
경쟁 입찰에서 성공하기 위한 비결 몇가지
이번 아부다비 가스통합개발 (IGD) 프로젝트의 입찰은 수주 전략의 중요성에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경쟁 입찰에서 성공하기 위한 비결 몇 가지를 써 본다.
1.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입찰이라면 아예 견적을 시작하지 마라. 시간 낭비다.
2. 유능한 프로포잘 매니저를 선정하라. 프로포잘 매니저는 주어진 시간 내에 방대한 프로포잘 서류 작업을 끝내야 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산출하여야 한다. 이 일을 위해서 프로포잘 매니저는 기술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면에 밝아야 하고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3. ITB를 읽고 또 읽어라. 프로포잘 매니저는 ITB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만이 포로포잘 단계에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4. 프로포잘 매니저는 팀원들에게 주요 전략을 명확히 전달하여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 팀원들에게 불필요한 요구를 하지 말고, 숨겨진 비용이나 팩터를 찾아내라.
5. 내부 의사소통은짧고 간결하게 하라. 프로포잘 작업은 언제나시간이 부족하다. 프로포잘 매니저는 항상 분명하고 간결하게 의사소통을 하라.
6. 프로포잘 서류의 작성을 위하여 표준 목차와 표준 양식을 사용하라. 표준화되어 있으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프로포잘과 관련된 도서관을 만들어라.
7. 명확한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가장 낮은 가격, 기술적인 우위, 최상의 프로젝트 관리능력, 경쟁사와의 차별화 등이 전략에 포함되어야 한다.
8. 발주처 및 경쟁사와 관련된 영업정보는 프로포잘 팀에게 실시간대로 제공하라. 상황은 항상 변하며 이에 따라 전략도 변해야 한다.
9. 모든 관계를 최대한 활용하라. 평소에 발주처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친구 혹은 가족과 같은 관계를 만들어라. 그것이 안되면 에이전트나 지인 등을 이용하여 발주처와의 비공식 핫라인을 만들어라. 좋은 관계로 벤더나 하청업체는 좋은 가격을 줄 수 있다.
10. 가격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아무리 좋은 전략을 갖고 있더라도 가격이 최우선이다. 가격이 높은 프로포잘은 그대로 이면지가 된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회사는 이를 총체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상대방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는 것, 그것이 입찰의 예술이다.
(입력: 2009년 8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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