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에서의 플랜트 공사 시 위험요소

사상 최대의 건설 붐이 중동을 강타하고 있지만, 그 중 UAE의 아부다비는 한국 업체에게는 먼 곳이었다. 바로 1년 전만 하여도 아부다비는 한국 EPC업체가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었으며, 유럽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호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부다비에서의 활동은 너무나 빈약하였다.

1999년 SK건설이 한국 EPC업체로는 최초로 아부다비의 루와이스 (Ruwais)에서 타크리어(Takreer)가 발주한 유황처리시설 프로젝트를 6천만 불에 수주하였으나 손해를 봤다. 그 이후, 2008년 1월 GS건설이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11억 불에 계약하기까지 9년 동안 어느 한국 업체도 석유관련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함은 물론, 입찰 참여도 거의 없었다.

이제 한국 업체들은 사우디와 쿠웨이트에서의 기세를 몰아, 아부다비에서 벌어지는 입찰 경쟁에 뛰어 들었다. UAE 내 대부분의 정유 및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수도 아부다비에서 남쪽으로 100킬로미터 떨어진 루와이스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곳은 다른 중동 국가에서 볼 수 없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루와이스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이상한 기관이 2개 있는데, 이 때문에 많은 건설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이 두 기관은 아부다비 토후국 법령에 의해 설립된 알타리프 (Al Tarif)와 알다프라 (Al Dhafra) 콤미티를 말하며 주로 하는 일은 차량과 장비의 임대 독점 사업으로,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현지에서의 공사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생소한 알타리프 및 알다프라 규정은 유전개발 당시 현지민을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이들의 생계 보장을 위하여 입법화된 아부다비 토후국 법령이다. 그러나, 지금은 초기의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 권력자들의 불법 치부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 규정은 "모든 유전지대에서 공사를 수행하는 업체는 현지 주민이 공급하는 차량 (알타리프 규정)과 장비 (알다르파 규정)를 사용하라."는 두 줄짜리의 내용뿐이며, 그에 대한 세칙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알타리프 규정은 타리프 경찰서 내의 알타리프 콤미티에서, 알다르파 규정은 알다르파 콤미티에서 관장하고 있으며, 마피아라고 불릴 정도로 부패해 있다. 이 2개 기관은 성문화된 세부 운용지침을 가지고 있지 않고, 관행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한국업체에게는 커다란 위험 요소로 다가온다.

알타리프 콤미티

알타리프 콤미티는 차량 임대업을 독점으로 주선하는 곳으로, 알타리프 규정에 따르면, "승용차, 픽업, 승합차 및 버스 등 현장용 차량의 50% 이상을 알타리프로부터 임차하여야 하며, 나머지 차량은 건설업체가 소유할 수 있으나, 이를 시중 임대 업체로부터 임차하는 것은 불허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차량의 소유와 임대 비율은 기간과 규모를 고려하여 카테고리 별로 정한다. 예를 들어, 50인승 버스를 1대 소유하였을 경우 승합차 2대를 알타리프로부터 임차하여야 한다.

알타리프의 차량 임대료는 시중가보다 150% 정도 높으나, 현장 공사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알다르파는 다르다.

알다르파 콤미티

알다르파 콤미티는 장비 임대업을 주선하는 곳으로 루와이스의 정유 및 석유화학 공장지역에서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기관이다. 알다르파 규정에 의하면, "공사 장비의 50% 이상을 반드시 알다르파 콤미티로부터 빌려야 하며, 나머지 장비에 한하여 회사가 소유할 수 있으나, 이를 시중 임대업자로부터 빌리는 것은 불허한다."라고 되어 있다. 얼마나 무자비한 지 살펴 보자.

첫째, 장비의 기본 임대조건은 알다르파 50%, 자사 장비 50%이다. 즉, 건설업체가 자체 보유한 장비를 현장에 반입하려면 임대료 대비 동급이상의 알다르파가 주선한 장비를 반드시 빌려야 한다. 그러나, 자사 장비가 없을 경우에는 타 임대 업체로부터의 임차는 불허하며 반드시 알다르파로부터 빌려야 한다. 즉, 장비를 구입하지 않거나 타 현장으로부터 전용받지 못할 경우, 전부 알다프라로부터 빌려야 된다는 이야기다.

둘째, 공사와 관련된 주요 장비의 임대 기간은 소요 시기와는 무관하게 일정 기간 반드시 사용하여야 한다. 현장 개설 시 알다르파에서는 준공까지의 장비사용 계획서를 요구하며, 주요 장비에 대해서는 시공사의 소요시기는 무시하고 임의로 알다르파 보유 장비를 일정 기간 빌려 쓰도록 요구한다.

셋째, 알다르파가 주선한 장비 임대료는 시중가의 2배 혹은 그 이상이다.

즉, 50톤 크레인을 1대 보유하여 이를 현장에 반입하려면, 50톤 크레인의 알다프라 임대료 혹은 그 이상에 해당하는 장비를 임차하여야 한다. 만일, 50톤 크레인의 알다프라 월 임대료가 5만 디람이라면 50톤 이상 크레인 혹은 임대료가 낮은 소형 장비를 2대 이상 임차하여 월 임대료가 월 5만 디람을 상회하여야 한다.

건설 업체가 현장에서 직접 사용하는 장비 외에도 하도급 업체가 사용하는 장비, 자재공급 업체가 사용하는 운송 장비에도 본 규정이 적용된다. 그리고, 알다프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원청업체에게 귀속되어 있다.

이런 규칙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이를 위반할 때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공사 중단 및 처벌 등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루와이스 공장 내에서 공사를 수행할 경우, 이 규칙을 위반할 수가 없다. 공장 출입증을 발급 받으려면 반드시 알다르파의 공문이 첨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재를 현장에 반입할 때도 마찬가지의 규칙이 적용된다. 콘크리트의 예를 들어보자. 현장의 공사 기간이 12개월이고 콘크리트 총량이 5,000 입방미터이면 알다프라에서는 이를 감안하여 믹서 트럭 2대가 12개월 동안 사용된다고 추정하게 된다. 이 경우, 건설업체가 믹서 트럭 1대를 보유하고 있으면, 나머지 1대를 알다프라로부터 1년간 임차하면 자동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믹서 트럭은 고가의 장비이므로 2대 전부를 레미콘 회사 것을 사용한다고 하면, 알다프라에서는 2대 x 12개월 x (알다프라 임대료-시중 임대료)로 계산한 금액을 요구한다. 다른 자재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총 물량과 반입 기간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여 차액을 요구하게 된다.

처음 경험하게 되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요구에 놀라 화를 내기도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이 나라의 법이므로 피해나갈 방법은 없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사 초기에 알다프라 콤미티와 만나 공사 수행을 위한 장비동원 계획을 기초로 회사 소유 및 임차 장비를 구분하고 확정 지어야 한다. 동시에 모든 자재 공급업자 및 운송업자의 장비에 대해서도 동원 계획을 제출하고 상담하여야 한다. 결국, 알다프라와 우호적으로 네고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건설 업체가 계약하는 순간부터 알다프라는 그 회사를 예의 주시하기 시작하고, 만일 비협조적인 회사라고 판단하게 되면 큰 손해를 입힐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현지 업체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외국회사들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착취하려고 하므로 초기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알타리프 및 알다프라 규정은 현장 내에서 차량과 장비 등록, 공장 출입증 등의 인허가와 연계하여 철저히 관리되고 있으며, 모든 자료가 온라인화되어 있어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수 없게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전체 공사비 중에서 장비와 자재 운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만일 상기 사항을 간과하여 공사에 임할 경우 심각한 손실이 따르게 되므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고려하여야 한다.

(입력: 2008년 7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