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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위의 LNG수출국으로
-카타르-
조성환
플랜트 프로젝트 컨설팅 대표
1. 중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랍어로 물방울을 뜻하는 카타르는 이름처럼 물방울 모양의 영토를 가진 경기도 면적의 작은 나라다. 6천만년 전의 카타르는 바닷물에 잠겨 있었다. 국토의 대부분은 어떤 식물도 살 수 없는 자갈로 된 메마른 사막이었다. 이 걸프만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의 유적이 없는 곳으로 미루어 16세기까지는 사람도 거주하지 않았다. 19세기 이전에 그려진 대부분의 아랍지도에는 카타르 반도가 표시되어 있지도 않았다.
이 조그만 사막의 반도에 위치한 카타르는 진주 조개 잡이를 통해 먹고 사는 중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중요 소득원의 95%를 차지하는 진주 채취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루에 수십 번씩 잠수를 반복하면서, 운이 좋아야만 천 개의 조개에서 1개꼴로 나오는 천연 진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림-1. 카타르 지도
1916년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지만 국민들의 생활 여건은 최악이었다. 특히 1920년대 일본의 진주 양식 성공에 따른 진주 무역의 붕괴로 카타르는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곳에서는 빈곤, 영양 실조 및 질병이 널리 퍼졌다.
역설적으로 카타르는 한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나라로 유명했다. 그런 나라가 석유로 이름을 탔다. 1928년 주변국 바레인에서의 석유 탐사 진행에 자극을 받은 앵글로 페르시안 오일 컴퍼니(지금의 BP)는 1930년부터 카타르에서 석유 탐사를 시작했다.
드디어, 1940년에 아랍어로 “연기의 언덕”이라 불리는 두칸 지역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최빈국 카타르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으로 탐사가 잠시 중단되었지만, 1949년부터 본격적인 석유 생산이 시작되어 오일머니가 들어오게 되었다. 카타르는 이란, 이라크, 바레인, 사우디, 쿠웨이트에 이어 중동에서는 여섯 번째로 산유국 클럽에 들어갔다.
1949년 12월 31일에 카타르 최초의 석유 수출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1951년에는 하루에 46,500배럴의 석유가 생산되어 그 수입으로 4백2십만 달러가 들어왔다. 1954년에는 카타르가 석유 수입을 50 대 50으로 이익 분할하는 협약을 끌어냄에 따라 순식간에 5배가 넘는 2천3백만 달러의 돈이 들어왔다. 1959년에는 석유생산이 169,000배럴로 빠르게 늘어났다. 카타르는 늘어나는 석유 수입으로 곳간을 채우고 있었다.
1971년에 카타르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으며, 그 해의 1인당 GDP는 3,200달러였다.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300달러에 불과했다. 카타르의 인구는 1960년대에 약 5만 명, 1970년에 들어와서는 10만 명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전만 하더라도 진주 조개 잡이에 의존하던 중동의 최빈국이 빠르게 부자 나라로 되어가고 있었다.
1974년의 1차 오일쇼크로 유가가 4배 이상 급등했다. 이에 맞춰 카타르의 1인당 GDP도 전년 대비 3배나 높은 15,600달러로 껑충 뛰었다. 석유에 이어 가스를 본격 수출하게 되는 2008년에 카타르는 외국인을 포함한 140만 명의 인구와 1인당 GDP 8만 달러의 잘사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카타르는 작은 부자 나라지만, 이제 제 목소리를 내는 중동의 이단자로 비상하고 있다.
2.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보아 가장 잘사는 나라는 인구 64만 명의 유럽인들로 구성된 룩셈부르크다. 룩셈부르크는 2022년 IMF기준으로 1인당 GDP가 13만 5천 달러로 1위를 차지하였다. 반면에 중동 제1의 부자인 카타르는 1인당 GDP가 8만4천 달러로 5위에 올라와 있다.
카타르의 인구는 2022년 기준 293만 명으로, 12%인 35만 명이 자국인이며, 나머지 88%는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 필리핀 등에서 몰려온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카타르의 1인당 GDP는 국가 GDP를 국가 인구수인 293만 명으로 나눈 값에 불과하다. 실제로 3국인 노동자들의 1인당 GDP는 약 6천 달러 정도다. 따라서, 실질적인 주인이며 부와 혜택을 독점하고 있는 카타르 국적인들의 1인당 GDP는 엄밀히 따지면 20만 달러가 훌쩍 넘어 갈 것이다.
진주 조개를 캐던 북쪽 바다 아래 어마어마한 매장량의 천연가스가 나오면서 카타르인 모두가 부자가 되었다. 카타르인 모두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이다. 이들에게 주택, 의료, 대학/대학원까지의 교육이 전부 무료로 제공된다. 카타르의 실업률은 중동에서 가장 낮은 0.3%다. 카타르인들은 졸업 후의 첫 직장에서 세금없이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쉽게 받는다.
1인당 GDP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카타르가 세계에서 1, 2위에 드는 LNG수출 대국이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세계 가스 매장량의 15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3위의 천연가스 국가다. 더욱이 지구상의 모든 가스전의 가채년수는 평균 67년이나, 카타르는 160년이나 된다. 카타르 국적의 35만 명은 풍요로움이 160년 이상 보증된, 세계에서 가장 잘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다.
3. 카타르의 오일/가스 플랜트 프로젝트 동향
카타르의 오일과 가스는 국가 제1의 산업으로 재정 수입의 78%를 차지하면서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1960년대부터 시작한 오일과 가스 분야의 플랜트 건설 시장은 유럽의 대표적 엔지니어링기업인 이탈리아의 스남프로게티(지금의 사이펨)와 프랑스의 테크닙이 독점하고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후발주자로 일본의 JGC와 치요다가 들어왔으며, 일본의 텃밭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GS건설이 가장 먼저 카타르 플랜트 EPC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IMF위기가 한국을 강타한 1998년 7월에 LG엔지니어링 (추후에 LG건설, 그리고 그 이후에 GS건설로 이름이 바뀜)이 IFM 체제하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테크닙과 JGC의 경쟁을 꺾고 카타르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6.8억 달러에 수주했다. 한국 업체가 카타르에서, 더 나아가 중동에서 EPC업체로 선정된 것은 당시에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출발은 좋았다.
그래프-1. 카타르 연도별 오일/가스 플랜트 EPC프로젝트 발주 규모
2001년부터 2022년 3분기까지의 지난 22년 동안, 카타르에서는 총 1,100억 달러의 오일/가스 플랜트 프로젝트가 발주되었다. 연 평균으로 계산하면 50억 달러 정도가 되며,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다음의 큰 시장으로 올라섰다. 카타르의 플랜트 시장은 기본적으로 유럽과 일본의 전통있는 EPC기업들이 지배했다. 유럽 업체들이 전체 오일/가스 플랜트 프로젝트의 46%를 가져 갔으며, 일본 업체들도 30%를 챙겼다. 한국업체 수주 비중은 단지 6%에 불과했다. 다른 중동 국가와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이었으며 유럽과 일본의 텃세로 진입장벽이 높았다.
1차 호황기로 불려지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의 3년 동안, 카타르 역사상 가장 최대 규모인 460억 달러의 프로젝트가 발주되었다. 카타르는 최대 역점 사업인 LNG플랜트에 23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당시에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GTL 플랜트에는 9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가스를 기반으로 한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30억 달러를 사용하면서 유럽과 일본의 EPC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카타르의 터줏대감들이 1차 호황기때의 케이크를 나눴다. LNG에 집중한 일본의 치요다가 37%에 해당하는 170억 달러를 수주하면서 1위에 올랐다. 당시 치요다는 아시아 금융위기로 2002년까지 연속 6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치요다가 2004년부터 시작된 LNG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하면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치요다의 LNG 파트너인 프랑스 테크닙도 91억 달러를 따내면서 2위에 올랐다. GTL과 육상 가스플랜트를 수주한 JGC가 28억 달러를, 그리고 미국의 맥더모트가 LNG의 업스트림 부분을 대거 수주하면서 27억 달러를 각각 가져갔다.
매년 150억 달러 이상이 발주된 이 호시절에 한국에서는 GS건설만이 정유공장과 LAB 프로젝트를 6.4억 달러에 따내면서 체면을 지켰다. 한국에서는 빅 5 중에 GS건설 만이 유일하게 온전한 EPC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일부 정유공장과 석유화학 프로젝트에서 EPC 컨소시엄 멤버로 참여했지만, 주로 시공을 맡았을 뿐이었다. 이렇게 카타르는 전체 GCC국가 중 한국업체가 진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
그래프-2. 카타르의 오일/가스 플랜트 EPC업체들
1차 호황기 이후 카타르는 14년 동안의 긴 동면에 들어갔다. 그러다 코로나19 위기로 전세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서 2021년에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 초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말미암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지는 두 번째의 호황기가 빠르게 다가왔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대처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기 후에 곧 바로 기회가 온 것이다.
2차 호황기에는 1차 때보다 훨씬 더 커진 5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3년 동안에 발주된다. 세계 가스산업의 중심지인 만큼, 카타르가 다시 한번 LNG 수출국 1위에 오르고자 LNG프로젝트에 올인하고 있다. 드디어 2021년 2월에 치요다와 테크닙에너지스의 컨소시엄이 NFE LNG 프로젝트를 130억 달러에 계약했다. 미국 카메룬 LNG프로젝트에서 9.2억 달러의 손실로 구제 금융을 받게 된 치요다는 또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 제재로 유럽 가스 시장 진출에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카타르는 NFE LNG프로젝트와 똑 같은, 복사판 격인 NFS LNG 프로젝트를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00억 달러 규모가 넘어가는 이 프로젝트의 상업제안서 입찰은 오는 2022년 말에 마감된다. 현재 NFE LNG를 건설하고 있는 치요다와 테크닙에너지스 컨소시엄에게 다시 한번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반면에 카타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LNG 잔치에 LNG를 대거 수입하는 한국이 빠져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반성해야 될 일이다.
4. 카타르와 LNG
1971년 카타르가 독립하던 해에 북동부 해안 6천 평방 킬로미터의 해상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되었다. 그 발견이 카타르의 운명을 바꿔 놓을, 기념비적인 사건인 줄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결실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5 년 동안 여러 번의 시추 평가를 통해, 북부 해상 가스전은 전세계 매장량의 10 %가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천연 가스전임이 확인됐다.
표-1. 카타르의 LNG프로젝트 현황
드디어 천연가스 수출을 위한 카타르 최초의 LNG 액화플랜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일본의 2개 종합상사가 15%의 지분으로 참여하는 동시에 전체 물량을 구매하기로 하면서 파이낸싱이 해결되었으며 전략적 접근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일본의 치요다가 1993년에 EPC계약을 체결하면서 LNG 챔피언이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1993년부터 2021년까지 총 18개의 LNG액화 플랜트가 발주되었다. 생산 규모로는 연간 1.1억 톤에 달하며, EPC 금액으로는 500억 달러를 넘긴다. 여기에서 치요다가 전체 18개 트레인 중에서 16개를, 전체 발주 생산 물량 기준으로는 94%에 달하는 LNG플랜트를 수주했다. 나머지 2개는 JGC가 가져갔다.
카타르에서 발주된 모든 LNG액화 플랜트의 라이센서는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다. 첫 번째의 LNG프로젝트인 카타르가스 3개 트레인에 대한 FEED만 미국의 KBR이 수행했으며, 그 이후 나머지 모든 LNG프로젝트의 FEED는 일본의 치요다가 맡았다. 카타르 LNG와 치요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LNG는 일본이 활성화시킨 상품이다. 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글로벌 LNG산업은 공급자가 아니라, 구매자의 필요에 의해서 탄생되었다. 즉, 싼 가격으로 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액화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일본이 LNG수입국 1위의 자리에 올라서며 LNG밸류체인을 석권하고자 하는 일본 특유의 끈질긴 노력이 성공했다. 일본은 액화기술이 없더라도 전략 하나로 LNG프로젝트를 마음껏 수주하고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카타르에서 보여주었다.
5. 중동의 이단자
카타르는 이란과 걸프만에 있는 세계 최대 매장량의 해상 가스전을 공유하고 있다. 즉, 이란은 사우스파라는 이름으로, 카타르는 노스필드라는 이름으로 각각 나눠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동일한 퇴적층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에 따라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적대국이며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과 우호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요구한 이란과의 우호 관계 단절을 거부하고 있다.
카타르는 중동의 이단자다. 철저히 자기 이득에 따라 행동한다. 카타르가 친미 국가이면서도 대표적 반미 국가인 이란과 친하고, 이란과 가까운 중국과도 친하다. 2020년 기준, 중국은 카타르의 2위 수출국이며, 2위 수입국에 해당한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는 탈레반의 대외 창구인 정치사무소가 있다. 심지어 사우디가 테러 단체로 여겨 극히 경계 중인 무슬림 형제단과도 역사적인 관계에 있다. 이렇듯 카타르는 친구의 친구도 친구며, 적의 적도 친구라는 실리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상호 배타적인 국가나 단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카타르가 비록 작은 국가이지만 외교적 영향력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 1996년 언론의 검열을 폐지한 후, 개국한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사우디 왕족을 포함한 중동의 민 낯을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 결과 주변국과의 잦은 마찰을 빚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카타르 단교사태다. 이슬람 종주국을 표방하는 사우디가 극히 경계하고 있는 무슬림 형제단을 카타르가 지속적으로 지원하자, 그 갈등의 골이 깊어져 사우디, 이집트, UAE, 바레인 4국은 카타르와 단교를 하였다.
하지만 카타르는 이 위기를 위험과 기회로 분리하여 슬기롭게 극복하였다. 사우디에 크게 의존하던 식량 수입원을 다변화하였으며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단교사태를 통해 카타르는 GCC 국가 최초로 2019년 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하며 자국의 화석연료 통제권을 온전히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들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석유 증산 요청을 거부한 것과 달리 카타르는 미국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화석연료를 최대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가 요구한 13개 조항을 대부분 이행하지도 않은 채, 2021년 국교를 정상화하며, 단교사태는 사실상 카타르의 승리로 끝났다.
6. LNG 수출국 1위를 탈환하려는 카타르
세계 역사상 최초의 수출용 LNG플랜트는 지중해와 접해 있는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1964년에 시작되었다. 알제리에서는 1980년까지 연간 총 2천9백만 톤에 달하는 LNG플랜트가 건설되면서 명실상부한 LNG수출국으로 자리잡았다.
초기의 LNG산업이 마그레브에서 성공적으로 세계 시장에 데뷔하면서, 수요를 쫓아 LNG플랜트 건설은 북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넘어왔다. 특히 1973년의 제1차 중동 석유파동으로 인도네시아의 LNG개발에 불을 댕겼다. 일본에서의 LNG수입 물량이 쇄도하면서 LNG플랜트 건설이 빠르게 진척되었다. 1990년대 말까지 자그마치 15개의 트레인, 연간 용량으로 총 3천4백만 톤이 준공되었다. 인도네시아가 세계 최대의 LNG수출국으로 탄생한 것이다. 1999년이 되면서 LNG대국이라는 타이틀이 알제리에서 인도네시아로 넘어왔다.
그러나 아직 1990년대의 LNG산업은 소수 플레이어들만의 게임이었으며 틈새 시장이었다. 거기에 카타르가 끼어 들었다. 중동의 카타르가 1997년에 LNG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과 2005년에 대규모 건설로 발동을 걸어, 2009년에는 5천3백만 톤의 LNG플랜트를 준공하면서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대망의 수출국 1위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2009년부터 10년간 연간 7,300만 톤의 LNG 생산능력을 보유하면서 세계 최대의 공급자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여기에 호주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호주는 풍부한 천연가스 부존량과 함께 LNG최대 수요처인 아시아와 가까이 있어 차세대 주자로서의 면모를 미리부터 갖추고 있었다. 호주는 2008년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단 4년 동안에 2,0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LNG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역사상 이렇게 수많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건설한 나라는 호주 외에는 없었다. 드디어 2019년에 호주의 LNG수출 용량은 연간 8천7백만 톤이 되어,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LNG수출국으로 등극했다. 알제리에서 인도네시아로, 그리고 카타르로 이어진 세계 최대 LNG생산국이란 타이틀이 호주로 넘어간 것이다.
2022년 7월 기준으로 연간 LNG 수출 용량은 호주가 8천7백만 톤으로 1위이며, 카타르가 7천7백만 톤으로 2위, 그리고 미국이 7천 4백만 톤으로 3위에 올라 있다. 미국은 그동안 전통적인 LNG수입국이었다. 1966년 알래스카에서 첫 번째의 LNG플랜트 건설이 시작된 이후, 2012년까지 46년동안 미국 땅에서 LNG플랜트는 하나도 건설되지 않았다. 그러던 미국이 2000년대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LNG산업을 바꿔버렸다.
2012년부터 미국에서는 LNG수입터미널이 수출터미널로 바뀌기 시작했다. 급기야 2020년에는 7천만 톤을 넘기기 시작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중단 및 취소되었던 LNG 프로젝트가 일제히 재개되면서 LNG건설 광풍이 불었다. 미국은 2024년이 되면 LNG수출 용량이 8천7백만 톤이 되어 1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카타르도 1위의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단일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연산 3천2백만 톤에 해당하는 NFE LNG 프로젝트를 2021년에 발주했다. 이렇게 되면 2025년에는 수출국 1위의 자리를 탈환하게 된다. 더욱이, 2022년 2월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LNG 수출국 1위를 노리는 국가들의 경쟁으로 변했다. 카타르는 유럽 시장을 겨냥하여 추가적으로 1천6백만 톤 규모의 NFS LNG 플랜트를 건설하고자 EPC입찰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완성되는 2027년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LNG 챔피언이 될 예정이다.
7. 카타르 LNG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3위의 LNG수입대국이다. 카타르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LNG를 많이 수입한다. 더구나, 카타르 최초의 LNG개발 프로젝트에 한국가스공사 컨소시엄이 5%의 지분 참여와 함께 연간 240만 톤의 LNG 장기구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대한 시장인 LNG 액화플랜트에서 단 한 건도 수주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일본을 위주로 미국과 유럽이 합세한 철저한 LNG카르텔를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를 교훈삼아 과거의 실패를 만회해야 한다.
지금의 이 세계는 모든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그린수소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 행한 LNG프로젝트에서의 전략을 알고 있다. 우리는 그린수소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적극 활용하여 EPC참여를 창출해야 한다.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그래프-3. 암모니아 플랜트의 라이센서와 EPC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일본은 지금도 LNG에서 사용했던 전략을 그대로 그린수소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그린수소는 수출하기 위해 액화하거나 암모니아로 전환해야 한다. 당분간은 암모니아가 대세다. 따라서 지금의 모든 수소 수출을 위한 프로젝트는 결국 암모니아 플랜트로 귀결된다. 이제 돈은 암모니아 플랜트로 몰린다.
암모니아 플랜트의 라이센서는 세계적으로 4개밖에 없다. 미국의 KBR이 전세계 시장의 37%를 차지하면서 선두에 서있다. 이어 덴마크의 톱소가 31%를, 독일의 티센크루프가 26%를 각각 차지하면서 2위와 3위에 올라있다. 이 3개의 라이센서가 전세계 시장의 94%를 점유하고 있는 메이저 플레이어들이다. 그리고 미국과 관계가 안 좋은 러시아, 이란, 중국 등에서 잘 사용하는 스위스의 케세일이 있다. 그 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EPC분야에서는 티센크루프가 22%, 도요엔지니어링이 19%, 테크니몽이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의 삼성엔지니어링과 DL이앤씨도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동맹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일본의 JGC와 도요엔지니어링은 미국의 암모니아 기술 라이센서인 KBR과 지난 2022년 4월 26일 제휴 협약을 맺었다. 미국에서는 멕더모트가 KBR과 손을 잡았다. 독일의 티센크루프는 단독으로 EPC를 수행하고 있으나, 지난 2022년 9월 카타르 블루 암모니아 플랜트의 EPC입찰에서는 중동 최대의 건설업체인 CC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에 성공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인 이 둘의 결합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렇듯 지금부터 라이센서와 EPC업체들끼리 암모니아 시장을 쟁탈하기 위한 연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대열에 끼지 못한다면 LNG에서와 같은 우를 범하게 된다. 우리는 과거 카타르 LNG프로젝트에서의 실수를 그린수소/암모니아에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한 몇 가지 시사점이다.
1. 그린수소 프로젝트는 LNG프로젝트의 밸류체인과 아주 유사하다. LNG프로젝트는 장기구매자(Off-taker)가 없으면 파이낸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과거 일본은 장기구매자로서 LNG밸류체인에 깊이 관여했다. 그린수소도 마찬가지다.
2. 세계는 수소 수출국가와 수입국가로 나눠진다. 수입국은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며, 수출국은 사막을 보유한 중동, 호주, 북아프리카 등이다. 특히 중동이 그린수소/암모니아 수출 잠재력 세계 1위로 등장한다. 앞으로도 중동은 계속 큰 플랜트 시장이 된다.
3.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그린수소 수입 대국이 된다. 따라서, 한국도 구매력을 적극 이용하여 그린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와 관련된 기본설계(FEED), EPC, 기자재 제조, 선박건조, O&M, 지분투자, 파이낸싱 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4. 초기 시장에 진입하고 클럽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역할을 한다.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라도 실적을 쌓기 위해 수주해야만 한다. 또한 새로운 산업의 경우, FEED 수행이 매우 중요해진다. LNG의 경우, FEED를 수주한 업체가 높은 확률로 EPC를 계약했다. 그린수소/암모니아도 마찬가지다.
5. 결국, 그린수소/암모니아는 LNG EPC 카르텔과 같은 독과점 구도로 갈 것이다. 기술, 실적, 그리고 구매력을 갖춘 소수의 업체들끼리 클럽을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고 후발업체의 진입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것이다. 이 세상의 비즈니스는 다 그렇게 되어 있다. 끝.
(상기는 해외건설협회에서 2022년 9월 30일에 발간한 2022년 3분기 “K-BUILD저널 기획 연재“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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