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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글로벌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 동향

조성환 2017. 12. 5. 14:46

2017 글로벌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 동향

  

 

1.  터빈을 돌려라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며, 열을 모두 일로 바꿀 수는 없다. 열역학 법칙이다. 이 법칙 하에, 인간이 만든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과는 발전소다. 발전소에서 연료를 태우면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를 통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결국 연료 속에 포함된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에너지원으로 뭘 쓰든 간에 터빈을 돌려야 한다. 상용화된 방식 중 태양광 발전을 제외하면 에너지에서 바로 전기를 뽑아내는 발전 방식이란 없다.

 

석탄과 석유, 그리고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는 18세기 이후로 꾸준히 발전해왔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 그리고 실패의 연속 끝에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이 좋은 발전소가 나왔다. 그것은 바로 가스복합화력발전소(Combined Cycle Power Plant). 발전소에 있어 효율은 생명과도 같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이 효율을 최대치로 올리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치열한 경쟁의 결과다.

 

2.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탄생과 발달

 

그림 1.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연도별 글로벌 발주 규모


  

1) 탄생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가스터빈과 함께 탄생했다. 최상의 기술로 이루어진 제트항공기용 가스터빈이 발전에 사용된 것이다. 세계 최초의 발전용 가스터빈은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한 해인 1939년에 스위스의 브라운보베리(Brown Boveri & Cie)가 개발했다. 이로부터 10년 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최초로 상업용 복합화력발전소를 오클라호마에 건설했다. 급수가열 보일러를 사용해 3.5MW의 가스터빈과 35MW의 재래식 스팀터빈이 결합된 형태로 1949년에 완공됐으나, 당시에는 아직 복합화력발전이라는 낱말이 나오기 전이었다.

 

유럽에서는 1961년에 브라운보베리의 가스터빈과 스팀터빈 그리고 와그너바이로(Waagner Biro)의 배열회수보일러(HRSG)로 갖춰진 오늘날과 유사한 75MW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오스트리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건설됐다. 194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소위 0세대격인 복합화력발전소가 미국에서 6, 유럽에서 3, 일본에서 1기가 건설됐다. 당시 대부분의 복합발전시스템은 기존의 스팀터빈을 사용했으며 효율은 5-6%에 불과했다.

 

2) 1970년대

 

1970년대는 냉전 체제가 계속되고 석유파동이 일었던 시기였다. 전세계에서 9GW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건설됐으나, 이중 67%에 달하는 6GW가 미국에서 지어졌다. 미국 내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GE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가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밥콕앤윌콕스(Babcock & Wilcox)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HRSG를 공급했다. EPC업체로는 벡텔브라운앤루트(지금의 KBR)가 활약했다.

 

특히 1960년대 말과 1970년초 사이에 미국의 GE웨스팅하우스, 그리고 독일의 지멘스가 사전 설계(Pre-Engineering)시스템을 활용해 가스터빈을 미리 제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표준화된 복합화력발전소 개발이 가능해졌다. 가스터빈, 스팀터빈, HRSG 등의 핵심기기를 사전에 설계하고 제작해 표준화된 복합화력발전소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GE 1976년 한국의 영월과 군산에 640MW급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표준화된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공급했다. 이는 당시 GE가 미국 밖에서 수주한 가장 큰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로 기록됐다. 이 프로젝트에서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의 전신)CE의 라이선스로 한국 최초의 HRSG를 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에 가스터빈을 이용한 발전은 아직 미미했다. 1978년 미국에서는 연료사용규칙법에 따라 천연가스를 발전에 사용되는 것은 금지됐다. 가스터빈의 연료로 오일이 사용됐다. 제작업체들이 가스터빈기술을 개발하는데 인센티브가 전혀 없었던 시절이었다.

 

3) 1980년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가스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투자비가 저렴하고 건설기간이 짧으며, 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한 가스복합화력발전이 유행했다. 1980년대에 건설된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1970년대보다 2.8배나 많은 25GW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건설됐다.

 

아울러 이때부터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HRSG와 함께 본격적으로 발달되면서 대용량으로 커졌다. 특히 미국에서 전체의 36%에 달하는 9GW, 아시아에서는 8GW가 건설에 돌입했다. 특히 1988년에 당시로는 세계 최대의 1,560MW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플루어EPC, ABB가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CEHRSG공급을 맡았다. 세계 최초로 발전소용 가스터빈을 개발했던 스위스의 브라운보베리1988년에 스웨덴의 아세아(ASEA)에 인수되면서 ABB로 재탄생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민간 개발업체들이 발전분야에 들어오면서 발전소 사업은 IPP(민자발전, Independent Power Plant) 형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터키에서는 1984년에 ABB가스터빈과 CMIHRSG가 결합된 1,200MW의 복합발전소가, 1988년에는 지멘스 가스터빈과 AE&EHRSG가 결합된 1,350MW의 복합발전소가 각각 건설됐다. 일본에서는 1981년에 MHI가스터빈의 1,210MW급 발전소가, 1985년에 GE가스터빈의 1,155MW급 복합발전소 2기가 건설을 시작했다. 이집트에서는 1987년에 지멘스의 가스터빈과 밥콕HRSG로 결합된 1,200MW의 발전소가 착공됐다. 바야흐로 1980년대는 GE, 지멘스, ABB, MHI1세대격인 E클래스 가스터빈을 선보이면서 경쟁을 벌이던 때였다.

 

4) 1990년대

 

1990년대 천연가스가 전력생산의 중요한 연료로 등장했다. 1990년대 초에는 아직 수요가 많지 않았으나, 중순이 되면서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시장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에 GE 지멘스, 그리고 MHI 개발한 F클래스 가스터빈이 소개됐다. 60%의 효율을 가진 복합발전소가 등장한 것이다. 발전시장은 이 가스터빈을 신뢰하게 되면서 뜨거워졌다. 새로운 IPP 개발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들어왔다. 이들은 치열해져 버린 시장에서 전력을 팔기 위해 낮은 가격으로 빠르게 지을 수 있는 복합화력발전소를 무수히 건설해대기 시작했다. 소위 가스복합화력발전소 1차 건설 붐이 1990년대말에 시작하여 2000년대 초까지 이어갔다.

 

세계적으로 총 222GW가 건설됐으며, 1980년대 대비 9배나 커졌다. 이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74GW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아시아에 지어졌다. 그리고 미국에서 59GW, 서유럽에서 48GW가 건설됐다. 미국에서는 GE가 가스터빈 시장의 66%를 점했다. 1998년에 웨스팅하우스 인수에 성공한 독일의 지멘스는 미국 가스터빈 시장을 공략하면서 점유율을 1980년대의 20%에서 1990년대에는 30%로 높였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가스복합화력발전 시장이 갑자기 변했다. EPC업체들은 가격을 높이기 시작했다. 주기기 제작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스터빈, 스팀터빈, HRSG 등과 같은 주기기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만 했다. 1996년과 1997년 사이에 주기기 가격이 53%나 크게 뛰었다. 건설 붐 초기인 1998년에 F클래스 가스터빈의 대당 가격이 25백만달러였다가 곧 바로 60%나 비싼 4천만 달러에 팔렸다. 가격이 크게 올라감에 따라 종국에는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이 당시의 승자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빠져나온 자들이었다. 이러한 사이클은 당시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인 엔론(Enron)과 여러 발전소 관련 업체들의 흥망에 영향을 주었다. 더불어 발전업계의 연합 열풍은 최고조에 달했다. 프랑스의 알스톰 1996년영국의 GEC를 인수하면서 GEC알스톰이 되었다가, 1998년에는 ABB의 터빈사업 마저 인수했다. (그러나 ABB인수로 너무 많은 빚을 짊어져 2004년에 자금난에 빠지게 되며, 결국 GE에 합병당하게 된다.)

 

5) 2000년대

 

2000년부터 2009년까지의 10년 동안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690, 용량으로는 404GW가 발주됐다. 미국에서는 전세계 비중의 24%에 해당하는 145, 용량으로는 96GW에 달하는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이때 건설됐다. 미국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158, 용량으로는 총 94GW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지어졌다.

 

특히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1차 건설 붐이 일었던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동안 전세계에서 187GW가 건설에 들어갔다. 이 기간 중 특히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2000은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62GW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발주된 해였다. 1990년대말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환경규제가 큰 영향을 주었다. 2000년 한해 동안 미국이 33GW로 가장 많은 53%의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이 가스복합화력 발전소의 건설 붐을 이끌었다. 건설 붐은 가격을 끌어 올렸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투자비용은 2000년에 kW 500달러였다가 2009년에는 2배가 되는 1,000달러로 올라갔다.

 

이 기간 미국내 가스복합화력발전 EPC분야 수주액 1위 업체는 플루어 14GW 규모의 발전소를 계약했다. 2위는 블랙앤비치(B&V) 11GW, 3위는 자크리(Zachry) 10GW를 각각 수주했다. 7.5GW를 수주한 NEPCO는 미국내 5위의 발전소EPC업체로 엔론이 1997년에 인수했다. 그러나 엔론의 몰락으로 결국, NEPCO 2011년에 파산하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기간 한국의 텃밭인 중동에서는 두산중공업 12GW를 수주하여 EPC선두에 나섰으며, 이란 내 가스발전소를 싹쓸이 한 마프나(Mapna) 7GW 2위를 했다. 사우디 업체인 아라비안 벰코(Arabian Bemco)5GW를 수주해 4위에 올랐다. 중동 지역 가스복합화력발전 EPC순위에서 제조업체로는 지멘스6.6GW3위를, GE4.5GW5위를, 알스톰 4.4GW 6위를 유지했다. 한국업체로는 현대건설 4.4GW, 현대중공업 3.3GW, 삼성물산 1.2GW를 각각 따냈다. 2000년대의 중동은 발전 분야에서도 한국 EPC업체의 전성기였다.

 

6) 2010년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8년동안 전세계에서 430, 용량으로는 총 322GW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발주됐다. 전세계 70개국이 복합발전소 건설 대열에 참여했으며, 주요 시장은 미국, 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로 편제됐다. 이중 미국이 가장 많은 81, 용량으로는 총 64GW 규모의 복합발전소를 지었다. 산유국 중동에서 74GW, 대수로는 68기의 발전소가 계약이 됐는데, 이중 사우디아라비아가 42%를 차지했다. 또한 아시아에서는 85GW의 발전소가 계약됐으며, 한국 17GW, 일본 14GW, 중국 9GW, 말레이시아 8 GW, 태국 7 GW, 방글라데시 6.6GW, 인도네시아 5.2GW, 파키스탄 4.6GW, 인도 2.4G W순으로 발주됐다. 이집트가 13.2GW, 알제리가 9 GW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발주하면서 전체 아프리카 시장의 57%를 차지했다.

 

2012년 미국에서의 천연가스 거래 기준가격(헨리 허브 가격)1달러대로 바닥을 찍었다. 이것이 2015년부터 시작된 2차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붐을 만들어 냈다. 2015년 한해에 미국에서는 14.4GW를 계약했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또한 2015년 중동에서 15GW, 중남미에서도 9GW를 계약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시기 미국내 복합발전 EPC분야 수주 1위 업체는 종업원 지주회사인 키위트(Kiewit)로 총 10GW를 수주했다. 2위와 3위는 플루어벡텔로 각각 7GW를 계약했다. 이어 SNC라발린 5GW, 블랙앤비치 4GW, CB&I3.6GW, 겜마(Gemma) 3.4GW를 각각 따냈다. 3개사가 격돌한 미국 내 가스터빈 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지멘스 14.5GW를 수주해 시장 점유율을 45%로 높이면서 13GW를 수주한 GE를 따돌리는 일이 발생했다. MHPS5GW를 수주하면서 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

 

시장 규모가 미국을 앞지른 중동에서는 중국의 셉코3(Sepco III)17GW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해 1위에 오르면서 기염을 토했다. 한국업체로는 삼성물산9.6GW, 대우건설GS건설이 각각 3.6GW, 현대중공업 3.3GW. 현대건설 1.6GW, 두산중공업 1.5GW, 그리고 대림산업1.2GW를 수주하면서 중동에서 38%의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나 2015년부터 한국EPC업체는 스페인, 중국, 터키 등의 업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면서 서서히 가라 앉고 있다.

 

3.  가스터빈에 대하여

 

가스터빈은 1939년 군용기에 처음 도입되었고, 같은 해 세계 최초의 상업용 가스터빈이 스위스의 뇌샤텔에 있는 발전소에 설치됐다. 1939년에 4MW로 시작했던 가스터빈의 기당 발전용량은 1990년말에 250MW로 커졌다가, 2015년에는 490MW를 넘겼다. 지난 80년간의 세월을 통해 가스터빈의 사이즈는 120배이상 커진 것이다. 제트엔진이 주도해왔던 가스터빈 시장은 2001년이 되면서 처음으로 발전용 터빈이 항공분야를 앞질렀다.

 

가스터빈은 중공업과 기계업계에선 꿈의 기술로 불린다. 부가가치가 높지만 기술진입장벽 역시 매우 높아 후발 기업들이 자체 개발을 시도하다 모두 고배를 마셨다.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MHPS, 이탈리아 안살도4개사만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림 2. 가스터빈 업체별 글로벌 시장 점유율


발전용 가스터빈이 출현한 이후 지금까지, 80년 동안 시장 점유율 53%GE가 부동의 선두 자리에 군림하고 있다. 2위의 지멘스 29%, 3위의 MHPS 15%를 차지하면서 추격을 늦추지 않고 있다. 3개 업체가 글로벌 시장의 97%를 차지하면서 독과점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대륙별)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발전 대국 미국에서 GE 59%2, 3위와 격차를 벌이고 있다. 중동에서는 지멘스 42%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48%GE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의 MHPS 37%의 점유율로 지멘스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탈리아의 안살도는 유럽에서 10%의 점유율로 나름 좋은 기록을 보이고 있으며, 중동에서는 6%MHPS를 앞서고 있다.

 

모든 가스터빈 제작업체들은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해 일찍이 중국기업과 합작했다. 지멘스상하이전기, MHPS동팡, GE하얼빈난징터빈과 합작회사를 만든 것이다. 또한 상하이전기안살도의 지분 40%를 인수하면서 원천기술 확보에 한발 더 가까이 갔다. 아울러, GE는 인도시장 진출을 위해 BHEL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지멘스 2016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신규 가스터빈 생산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GE는 사우디의 산업투자공사인 두수르(Dussur)와 합작사를 설립해 2018년부터 H클래스 가스터빈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멘스는 이란 시장에 재진입하기 위해 마프나그룹과 가스터빈 현지 생산 합의서를 체결했다. 한국에서는 두산중공업MHPS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140-270MW급 가스터빈을, 한화테크윈GE와 기술제휴로 22MW급 가스터빈을 국내 사용에 한해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 가스터빈 업체들은 수요 하락과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가스터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나, 반대로 제조업체들의 생산 능력은 수요보다 3배이상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GE지멘스 2017년 하반기부터 인원 삭감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1) GE

 

미국을 대표하는 GE1878년에 발명가 에디슨이 설립했으며 1918년에 가스터빈 사업에 뛰어 들었다. 특히, GE2015년에 전세계 발전설비의 25% 가량을 공급하던 알스톰의 발전사업부를 인수하여 에너지 사업 역량을 크게 강화했다. 1940년에 설립된 알스톰 역시 세계 발전분야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1996년에 영국의 GEC(1890년 설립)를 합병하여 GEC알스톰으로 바꿨으며, 1998년에는 스위스 ABB의 가스터빈 사업부를 인수했다. ABB는 스웨덴의 아세아가 세계 최초의 가스터빈을 개발한 브라운 보베리(1891년 설립)1988년에 인수하면서 개명한 회사이름이다. 이와는 별도로 GE는 스코틀랜드의 가스터빈 제조업체인 JBE(1948년 설립) 1999년에 인수한 바 있다.

 

GE500GW 규모에 이르는 알스톰의 기존 발전 설비 자산을 인수하면서, 발전 설비 규모가 50%나 증가해 총 1,500GW나 됐다. 미국 전체의 전기 수요를 상회하는 발전 규모다. 이를 기반으로 GE는 발전소 종합 설계 능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고, 보다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게 됐다.

 

2) 지멘스

 

지멘스1850년 독일 전신회사로 시작하여 1956년에 최초의 산업용 가스터빈을 만들어 설치했다. 지멘스는 영국의 C. A. 파슨스, 웨스팅하우스, 러슨턴 혼스비 등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사세를 키워 세계 2위의 가스터빈 제작업체로 발돋움했다. C.A.파슨스는 터빈을 발명한 파슨스가 1889년에 설립한 회사로 1997NEI(Northern Engineering Industries)에 합병되었다가, 이어 1989년에 롤스로이스가 인수했으며 1997년에는 지멘스의 자회사가 되어 살아 남았다. 또한 영국의 러스턴 혼스비(Ruston & Hornsby) 1946년부터 가스터빈을 생산했으나, 2003년에 지멘스의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특히 지멘스는 1998년 미국이 자랑하던 웨스팅하우스의 발전사업 분야를 인수하는 신의 한수로, 대형 가스터빈 제작 기술을 확보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다.

 

3) MHPS

 

MHPS 2014미쓰비시중공업(MHI)히타치의 발전사업부문이 통합하여 설립된 회사다. 양사는 오랜 기간 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으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규모가 더 컸던 히타치의 주도하에 통합이 진행됐다. MHI1923년부터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 제휴로 전기기기를, 그리고 1965년에는 라이선스를 받아 가스터빈을 만들어 왔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에 AGT(Advanced Gas Turbine) 사업을 지원하여 첨단 가스터빈을 개발함으로서 MHI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2011년부터 대용량이며 60%이상의 고효율을 자랑하는 J클래스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하면서 선진업체로 당당히 진입했다.

 

4) 안살도

 

이탈리아의 안살도1853년에 설립된 오래된 회사다. 가스터빈은 지멘스의 설계를 기본으로 70-280MW급을 제작해왔으나. 2004년 이후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2013년 두산중공업이 지분 인수를 추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으며, 반면에 2014년에 중국의 상하이전기가 지분 40%를 매입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의 시장 점유율은 3%불과하나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6안살도는 오만의 3,150MW급 대형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서 EPC계약자인 셉코3로부터 8개의 가스터빈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안살도상하이전기는 상하이에 가스터빈 제작 합작사 및 연구개발센터를 건설하고 아시아시장 판매에 주력해 세계 점유율 5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4.  배열회수보일러(HRSG)에 대하여

 

그림 3. HRSG 메인 업체별 글로벌 시장 점유율


 

배열회수보일러(HRSG: Heat Recovery Steam Generator)는 발전효율을 높이기 위해 배열을 회수하는 장치이며, 가스복합발전소에서는 가스터빈, 스팀터빈과 함께 주기기로 불린다. HRSG와 결합된 가스복합발전소가 나온 이래, 지금까지 알스톰두산HRSG사업부문을 인수한 GE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8%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GE가 세계 1위의 두산 HRSG사업부를 인수한 것은 2016년이었다. 두산은 이름이 바꾸기 전인 한국중공업 시절에 미국의 컴버스턴엔지니어링(CE) 라이선스를 사용했다. 그리고 2011년에 독일의 AE&E렌체스를 인수하여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아울러 알스톰은 스위스의 ABB1998년에 인수했으며, ABBHRSG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CE 1990년에 합병한 바 있다.

 

2위는 미국의 누터에릭슨(Nooter/Eriksen)으로 시장 점유율 15%를 기록하고 있으며 GE가 두산을 인수하기 전에는 1위 자리에 있었다. 누터에릭슨 1987년에 설립된 회사로 1990년대 복합화력발전소의 출현과 함께 HRSG사업을 시작했다. 2001년에 역사상 가장 많은 18GW의 가스터빈에 상당하는 HRSG를 수주하는 기록을 남겼다. 미국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28.3%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특히 2004년에 점유율이 57%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벨기에의 CMI는 세계 시장 점유율 9%3위에 올라 있으며 1817년에 설립됐다. 1966년에 최초로 HRSG를 턴키 방식으로 설치했다. CMI는 주로 인도아대륙과 러시아/중앙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 21%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아시아와 남미에서도 호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4위는 시장 점유율 9%NEM이다. 네덜란드의 NEM1929년도에 설립됐으며 2011년에 지멘스가 인수했다. NEM은 유럽의 HRSG시장에서 알스톰과 함께 점유율 20%를 올리며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이집트 시장에서 매우 활발하다.

 

일본의 MHPS2014년 바브콕히타치를 합병하였으며 세계 HRSG시장 점유율 8%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 29% 1위를 달리며 다른 업체보다 강력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의 보그트파워(Vogt Power)1902년에 보일러사업을 시작했으며 1962년에 HRSG를 개발해 생산에 들어갔다. 미국 시장에서는 점유율 20%를 기록하며 누터에릭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시장 점유율 12%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외 에이멕포스터휠러가 한국 BHI의 수주 실적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 5%를 기록하며 세계 순위 7위에 올랐다. 그리고 2-3%대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는 미국의 밥콕앤윌콕스, 이탈리아의 안살도, 덴마크의 알보르그 등이 있다.  

 

표 1. HRSG 개별 제작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및 원천기술 현황 



한국에서 HRSG를 생산하는 업체는 GE가 두산을 합병하기 전까지 총 8개가 있었다. HRSG 업체들은 2011년부터 2014년사이 국내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호황에 힘입어 성장했다. 그리고 한국 EPC업체들이 2003년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시장을 석권하면서, HRSG 업체들도 수주호황을 맞았다. 공장은 풀 가동되었고, 영업이익을 개선하면서 급격히 발전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한국업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수주한 대부분의 발전소 프로젝트에서 손해를 보면서 입찰을 꺼리는 한편, 겨우 입찰에 참여해도 가격이 높아 수주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최근의 수주 잔고도 급격히 떨어졌다. 한국EPC업체에게 의존해야만 했던 HRSG업체들은 위기에 빠졌다.

 

가스터빈 제조업체들은 독점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주기기 전부를 통합해 일괄 생산하는 체제로 돌아섰다. 가스터빈과 복합화력발전 EPC 시장 점유율 1위의 GE는 최근에 인수한 알스톰두산으로부터 당연히 HRSG를 공급받는다. 그리고 2위인 지멘스 2011년에 자회사로 편입한 NEM에게 발주하며, 3위인 MHPS2014년에 바브콕히타치를 합병했기에 자체적으로 공급할 것이다. 여기에 속하지 않은 업체들은 원천기술, 대용량 제작 경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력에 따라 사활이 걸려있게 된다.

 

HRSG시장은 기본적으로 GE, 누터에릭슨, NEM, CMI, MHPS5개사가 시장을 끌고 있다. 그 뒤에 있는 보그트, BHI, 델탁, 알보르그 4개사는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이 판에 끼어들기 위해 중국의 항저우(Hangzhou)를 위시로 우시(Wuxi)우한(Wuhan)이 가세하며, 인도에서는 BHELL&T가 벼르고 있다. 처절한 싸움에서는 결국 엔지니어링은 직접 수행하고 제작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라이센시(Licensee)에게 맡기는 업체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5.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 대하여

 

그림 4. 국가별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실적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가스터빈과 스팀터빈 그리고 배열회수보일러(HRSG)를 조합하여 열효율을 극도로 향상시킨 복합사이클 플랜트다. 당연히 이 3개가 핵심기기이며, 전체 건설비의 50%를 차지한다. 가스터빈은 115년 전에 나왔지만 지금과 같이 HRSG로 장착된 복합화력발전소가 최초로 나온 해는 1962년으로 55년밖에 안됐다. 이 기간동안 복합화력발전소는 꾸준히 진화해왔다. 진화의 산물은 단연코 효율이었다.

 

가스복합화력발전 주기기 업체들이 효율 60%벽을 깨기 위해 전력 질주해왔다. 이는 오랫동안 꿈꿔온 성배를 향해 탐험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독일의 지멘스가 가장 먼저 2010년에 SGT5-8000H를 선보이면서 효율 61%를 이루어 내면서 선풍을 일으켰다. 이어 일본의 MHPS 2011년에 501J모델로, 미국의 GE2014년에 7HA모델로 각각 63%가 넘는 효율을 이루어 냈다. 석탄과 핵발전소의 효율은 아직 40%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발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63%라는 수치는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사건과도 같은 일이다. 효율 향상의 비결은 새로운 합금강과 개선된 열 차폐 코팅을 사용하고, 고효율의 냉각과 항공기용 공기역학을 적용한 다양한 최첨단 기술의 결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효율은 2-3년 이내에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65%를 향하고 있다.

 

이러한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탄생부터 2017년까지 총 960GW가 설치됐다. 2010년부터 따지면 평균적으로 연간 40GW가 건설된 것이다. 대륙별로는 아시아가 27%, 북미가 25%, 유럽과 중동이 각각 15%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별로는 미국이 234GW를 설치하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전 세계 복합발전의 24%를 점하고 있다. 역시 미국이 가스복합화력발전의 가장 큰 시장이다. 이어 일본이 49GW, 사우디아라비아가 43GW, 한국이 40GW, 영국이 37GW로 뒤를 따랐다.

 

6.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EPC업체들

 

그림 5.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 EPC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주기기 모두를 제작하는 GE, 지멘스, MHPS 3인방이 글로벌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EPC도 석권하고 있다. 이들이 전체 EPC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비용의 50%를 차지하는 가스터빈, 스팀터빈, HRSG를 직접 생산하면서 EPC시장에서도 그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GE는 주기기 생산업체이며 발전 EPC업체인 프랑스의 알스톰HRSG의 선두주자인 한국의 두산을 인수하면서 그 시너지로 EPC분야에서도 총 88GW를 수주해 1위 자리에 당당히 올라섰다. 지멘스 역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인수에 힘입어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70GW를 계약해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일본의 MHPSGE 및 지멘스와 경쟁하고자 MHI히타치를 합병해 효율이 높은 대용량 가스터빈을 선보이면서 49GW를 따냈다.

 

미국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블랙앤비치, 플루어, 벡텔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복합발전소를 수주하면서 시장 점유율 4-7%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10년이란 빠른 시간 내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 7위에 오른 셉코 3의 약진이다. 중국의 셉코3 2009년부터 지금까지 중동에서만 한국업체를 꺾고 총 17GW를 계약했으며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나이지리아에서도 3GW를 수주했다. 3를 포함한 중국업체들은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력 및 자국산 설비와 기자재를 활용해 한국업체 대비 15-30%의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아울러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경쟁업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금액으로 수주하고 있다.

 

한국은 무려 12개 업체가 복합발전소 EPC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22GW를 수주해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삼성물산21GW 2, 두산중공업 16GW3위에 올랐다. 한국업체는 중동에서 가장 많은 44GW를 계약했으며 이는 전체 수주 비중의 39%에 달한다.

 

중국업체로는 셉코3 외에도 상하이전력, 동팡, 하얼빈 등이 중동과 아프리카에 진출하여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인도의 BHEL, L&T, 타타 등도 무서운 기세로 국제 시장에 몰려오고 있다. 터키에서는 가마엔카, 그리스에서는 메트카, 사우디에서는 아라비안 벰코, 이란에서는 마프나, 이집트에서는 오라스콤, 쿠웨이트에서는 알가님 인터내쇼날이 발전 EPC업계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이 모든 업체들은 한국이 그동안 점유했던 자리를 넘보는 중이다. 이렇게 발전분야의 EPC 시장은 치열해져만 가고,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레드오션화 되어가고 있다.

 

7.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전망

 

북미에서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연료 중에서 가장 깨끗하면서도 풍부하고 값싸다고 하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천연가스가 석탄자원의 대체제로, 신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자원이 되면서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전망은 밝다.

 

발전소의 핵심인 가스터빈은 항공기용 첨단기술을 사용해 표준화된 설계와 모듈 공법으로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더 빠르고 낮은 가격으로 생산하기 위해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제는 석탄발전소의 반 가격에, 원자력발전소의 20%기격으로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 건설기간도 3년으로 석탄발전소의 5, 원전의 7년보다 훨씬 짧다. 또한, 유지비용도 석탄발전소에 비해 50% 수준이고 열효율은 20%나 더 높다.

 

호주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LNG액화플랜트 건설 붐으로 시간이 갈수록 LNG가격을 더 내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2020년이 되면 그동안 1950년대와 70년대에 건설된 화력발전소의 나이는 은퇴시점인 50살을 넘긴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발전은 수요증가를 불러 일으키면서 더욱더 매력적인 발전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2017년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실제 발주물량은 2016년 대비 70%가 늘어난 44GW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에는 아시아가 전체 물량의 31%, 그리고 미국이 26%, 중동이 22%를 각각 차지했다.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단지를 진행하고 있는 유럽에서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8년에 발주 계획이 밝혀진 전세계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규모는 약 64GW. 이 가운데 중동 아시아의 비중이 58%를 차지한다. 특히 중동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44%의 비중으로 가스복합화력발전 건설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외에도 아프리카19%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많은 12GW를 발주한다. 이어서 쿠웨이트와 이란이 각각 6GW로 역시 큰 시장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을 위주로 총 9GW가 발주된다. 아프리카의 이집트, 모로코, 나이지리아, 남아공 등은 총 12GW를 발주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전력 자유화 바람과 함께 재정적인 이유로 중동과 신흥 개발국들은 민간 사업자들이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해주는 민자발전 방식을 이미 도입했다. 지금 전세계에서 발주되는 대부분의 발전소 프로젝트는 이미 IPPBOT형태다. EPC업체의 자리는 점점 위축되어만 가고 있다.

 

8.  EPC업체에게 발전소란?

 

EPC업체에게 발전소란 인구증가와 경제발전에 따른 수요 증가로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이 어느 나라에서나 끊임없이 발주되는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다. 한국 EPC업체들은 2003년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시장을 석권하면서 기염을 토했다. 원래 한국 EPC업체는 대부분 정유 및 석유화학과 같은 화공플랜트에 기반을 두었으나, 어느 날 모두가 발전사업에 뛰어 들었다.

 

복합발전소는 가스터빈, 스팀터빈 및 HRSG로 구성된 주기기와 보조기기로 나누어 지는데, EPC수행의 경우 실제로 화공플랜트에 비해 단순하다. 또한 터빈 업체는 과점 상태에 있어 가격을 올려 충분한 이익을 볼 수 있는 반면에 EPC업체에게는 주기기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해 부가가치가 적다.

 

그러나 미국 EPC업체들은 발전소 프로젝트에서 성공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오랜 기간을 통해 습득한 실력과 우수한 인적자원, 그리고 발상의 전환으로 주기기 제조업체들보다 높은 위치에 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특히 벡텔플루어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불황을 이겨내고 미국 내에서 발전분야 선두자리를 수십년 째 고수하고 있다. 1970년대에 가스터빈 업체들이 사전 설계(Pre-Engineering)를 통해 제작을 모듈로 표준화한 것처럼, 벡텔1993년에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 대한 사전 설계 모델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공사기간을 25%, 비용을 30%가량 줄일 수 있었다. 벡텔은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통해 성장했다.

 

플루어 1989년에 전력회사인 두크에너지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하면서 발전분야에서 성공한 EPC업체가 되었다. 벡텔 1991년 전력회사인 PG&E와 함께 민자발전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1997년에는 과 공동으로 민자발전 개발업체를 설립했다. 이 민자발전 개발업체나 전력회사를 통한 발주는 수의계약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업체가 발전소 EPC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화공플랜트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발전소에 대한 경험과 실력을 쌓아야 한다. GE나 지멘스 같은 터빈 업체와는 기술력과 노련한 협상력으로 대처해야 한다. 아마추어로 대하다간 언제라도 호갱이 될 수 있다. 발전소 프로젝트는 EPC업체에게는 버릴 수 없는 사업 포트폴리오다. 어떻게 하든 다른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9.  우리의 현실, 그리고 미래는

 

인류가 전기로 이룬 문화와 문명을 저버릴 수 없는 한, 발전소는 계속 지어진다. 특히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산업의 미래는 매우 유망하다. 규모의 장대함, 기술의 복잡성, 모든 첨단 기술의 결합, 고도의 이론 및 경험적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계산업의 꽃이라고 불렀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뇌라고 할 수 있는 가스터빈은 이제 기술적으로 성숙 상태에 들어갔다. 기존의 제작업체들은 새로운 가스터빈을 개발하기 보다는 단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업그레이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설치 후에도 가스터빈 고온부품 정비 및 교체는 지속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가스터빈 업체는 유지보수와 고온부품 공급을 주요 수익수단으로 사용하고있다. 한국과 같은 신규업체 입장에서 가스터빈의 독자 개발은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선진 외국기업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우리가 강점으로 생각했던 HRSG시장의 미래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의 HRSG 대표주자는 BHI로 바꼈으며 나머지 5개사를 포함해 모두가 사투를 벌이고 있다. HRSG는 특성상 한국이 EPC를 수주해야만 기회가 온다. 한국 EPC업체의 발전소에 대한 신규 수주와 수주 잔고가 바닥나면서 HRSG업체에게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두산만이 GE의 이름으로 미국 시장 진출은 물론, 치열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 한국의 EPC업체들은 지쳐 있다. 한국업체들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2년동안 아라비아 반도와 북아프리카에서 무려 70, 용량으로는 42GW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 시장 점유율 35%를 기록하는 영광을 맛보았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적자로 반전되면서 미래는 참담해졌다.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가스복합화력발전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으나, 새로운 발전분야 강국인 중국과 인도의 몫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EPC시장 안을 들여다보면, 가스터빈 제작업체 4인방과 미국의 대형 EPC업체들을 제외하더라도 한국,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인도, 터키, 그리스, 이란, 이집트 등에서 몰려온 업체들로 가득하며 그 수는 35개를 족히 넘길 정도다, 특히 한국이 가장 많은 12개사, 그리고 스페인의 8개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의 무기와 전략으로 전쟁터에 와있다. 대 경쟁의 시대.

 

특성상 발전소 EPC업체의 위치는 항상 위태롭다. 이제 EPC업체가 발전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EPC업체가 EPC만으로 먹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EPC업체라 하더라도 파이낸싱에 직접 참여해 자금 조달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디벨러퍼와 연합하거나, 아니면 아예 디벨러퍼 역량을 갖추기 위해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총 투자비의 4%에 달하는 발전소 유지보수(O&M)도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분야다.

 

그림 6. 한국과 스페인의 EPC업체별 시장 점유율


 

지금의 대 경쟁 시대는 또한 합종연횡의 시대이기도 하다. 한국과 스페인은 서로 많이 닮았다. 반도 국가이며 위도가 비슷한 양국은 오랜 기간 독재체제를 겪었고 70년대에 민주화가 됐다. 국토의 넓이와 경제 규모도 비슷하다. 스페인 경제는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최근 회복세에 있다. 한국도 1997년에 금융위기를 맞이했으나 성공적으로 회복했다. 글로벌 EPC시장에서 활동하는 업체의 수도 비슷하다. 서로 많이 닮아 보이는 한국과 스페인은 싸울 때 싸우더라도 서로의 생존을 위해 전략적 동맹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우리가 EPC에 강한 반면, 그들은 개발쪽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변화. 수동적인 변화는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세계적인 판세를 읽고 회사 스스로가 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변화는 스스로 찾는 자에게만 모습을 드러내는 무지개와 같다.

 

(상기는 해외건설협회에서 발간하는 201712월호 “K-BUILD저널 특집 연재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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