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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위에 떠있는 나라, 쿠웨이트
조성환
플랜트 프로젝트 컨설팅 대표
1. 카라반들의 정류장
3000년전 쿠웨이트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있었던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남동부 끝자락에 있었다. 그곳은 카라반, 즉 고대의 낙타 상인들이 메소포타미아와 아라비아 반도로 오가며 들렸던 정류장이었다. 기나긴 세월이 흘러 비옥한 땅은 사막이 되었다. 7세기경 이슬람교가 전파되었으며, 쿠웨이트 만은 이라크에서 헤자즈로 가는 순례자들의 무역항이자 휴식처 역할을 했다.
그림-1 옛날의 쿠웨이트 시티
16세기 대항해시대의 서막을 연 포르투갈이 쿠웨이트에 들어오면서 어촌에 불과했던 이곳에 정착지를 건설했다. 17세기에는 이 지역의 통치자가 북쪽 변방을 방어하기 위해 쿠트(Kut)라고 불리는 정착요새를 만들었다. 이로부터 쿠웨이트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18 세기에 쿠웨이트는 번성하여 인도, 무스카트, 바그다드, 아라비아의 중개 무역과 선박 제조업 등의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기존의 무역 중심지였던 바스라가 흔들릴 때에 쿠웨이트가 그 대체지로 각광받았다. 한번은 오스만 제국과 이란 간의 전쟁 시에 바스라가 이란군에게 점령되자 그 상인들이 쿠웨이트로 망명하였다. 그로 인해 쿠웨이트의 무역은 전문화될 수 있었고, 번성하였다.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쿠웨이트는 1760년에 이미 도시를 성벽으로 둘러 그 부를 탐내는 외세와 맞섰다.
상인들은 석유가 나오기 이전에 쿠웨이트에서 가장 큰 힘을 갖고 있었다. 그 이유는 상인들이 쿠웨이트의 재정을 지탱하는 주요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상인 가문은 무역에 중점을 두었고, 대신에 사바 가문이 흙벽돌로 둘러싸인 도시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사바 가문의 통치는 1930년대까지 제한적으로 유지되었으나, 석유가 발견되면서 상인들의 재정적 의존에서 벗어나 강력한 왕권을 갖게 되었다.
2. 석유의 발견
페르시아와 이라크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그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사우디와 쿠웨이트에서도 석유 발견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영국 BP의 전신인 앵글로-페르시안 오일이 보호령인 쿠웨이트에서 독점권을 행사하며 1912년부터 1926년까지 석유 탐사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1927년 미국 석유회사 걸프오일(지금의 쉐브론)이 합세하면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쿠웨이트는 1934년에 영국의 앵글로 페르시안 오일과 미국의 걸프오일이 합작하여 쿠웨이트석유회사(KOC)를 설립하였다.
드디어 1938년 2월 22일 버간(Burgan) 지역에서 검은 액체가 지표면을 뚫고 솟아났다. 처음 분출되는 원유가 얼마나 많았는지 불이 붙으니, 부근의 모래가 녹아 유리로 바뀔 정도였다. 이 발견은 마침내 쿠웨이트를 세계 석유 지도에 올려놓은 돌풍이었다. 쿠웨이트의 거대한 버간 유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Gawar)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유전이 되었다.
세계 3대 유전으로 꼽히는 쿠웨이트 남부의 버간에 이어, 쿠웨이트의 북쪽과 서쪽에서도 석유가 속속 발견되었다. 이리하여 2020년 기준, 쿠웨이트의 석유 매장량은 1,000억 배럴로 세계 7위에 올라와 있으며, 가채년수는 100년이 넘는다. 쿠웨이트는 경상북도 만한 크기의 땅에 세계 확인 매장량의 10%에 해당되는 엄청난 석유가 뭍혀 있다. 전 국토가 마치 석유 위에 떠있어 한 순간에 부자가 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1년 후인 1946년 6월, 쿠웨이트 국왕은 버간 유전에서 동쪽에 위치한 아흐마디 터미널에서 원유의 첫 선적을 개시했다. 1952 년에 이 나라는 페르시아 만에서 가장 큰 석유 수출국이 되었다. 이 거대한 성장은 특히 팔레스타인, 이집트, 인도 등지에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끌어 들이면서, “페르시아만의 마르세이유”라고도 불렸다.
당시 쿠웨이트석유회사의 운영권자인 미국의 걸프오일이 1964년 대한석유공사의 대주주로 한국최초의 정유공장을 완공하면서 쿠웨이트산 원유를 공급하기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한국 최초의 울산정유공장이 쿠웨이트산 원유로 설계되면서 쿠웨이트와 한국의 운명적인 만남은 시작되었다. 훗날 이 울산정유공장의 지속적인 확장사업에 참여하여 기술을 연마한 대부분의 한국업체는 그 빛을 쿠웨이트 정유공장 프로젝트에서 발하게 된다.
3. 한국 EPC업체의 쿠웨이트 플랜트 시장 진출
쿠웨이트 최초의 아흐마디 정유공장은 영국의 보호령 하에 있던 1949년에 지어졌다. 이어 압둘라 정유공장이 1958년에, 슈에이바 정유공장이 1965년에 각각 완공되었다. 이때까지는 유럽과 미국의 업체들이 플랜트 건설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1962년에 독립한 쿠웨이트는 1979년이 되어서야 영국과 미국의 석유회사로부터 독립하여 석유산업 일체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1980년이 되면서는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린 일본의 치요다, JGC, 미쓰이엔지니어링 등이 들어와 쿠웨이트 플랜트 시장을 장악했다.
한국은 1970년대에 해외 건설업체들이 쿠웨이트로 들어와 도로와 주택, 그리고 호텔들을 지었다. 지금의 인도인들처럼 한국의 노동자들도 대거 쿠웨이트에 몰려왔다. 당시 금요일 쿠웨이트 시내에는 많은 한국인들로 북적거렸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한국식당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1990년 8월 2일 새벽 2시,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국경을 넘었다. 전쟁이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모든 외국 업체들은 쿠웨이트를 떠나야 했다. 그러다 1991년 2월 전쟁이 끝나면서 새로운 판이 열렸다. 1992년 미국에 의해 해방된 쿠웨이트는 수백억 불에 달하는 전후 복구산업의 대부분을 미국에 하사하였다. 미국업체들은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그래프-1. 쿠웨이트 오일/가스 플랜트 프로젝트 발주 현황 (과거, 현재, 그리고 전망)
쿠웨이트를 떠난 서방과 일본의 EPC업체들이 들어오기도 전에 용감한 한국업체들의 진출이 시작되었다.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이 한국업체로는 가장 먼저 슈에이바 정유공장 복구공사를 1992년에 따냈다.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은 1994년 아흐마디 정유공장 프로판탱크 복구공사를 8백만 달러에 수주하면서 처녀 진출에 성공했다. SK 건설은 이어 1996년에는 AGRP(산성가스제거시설)입찰에서 1.6억 달러의 수주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행진을 시작했다. 대림산업(현 DL이앤씨)도 1997년에 KOC의 GC-25를 1.3억 달러에 수주했다.
현대건설이 1998년에 촉매플랜트 프로젝트를 6천만 달러에 수주하면서 세 번째로 쿠웨이트에 상륙한 한국업체가 되었다. 신화건설이 1999년 8월에 KOC공사를 2천8백만 달러에 수주하였으나, 부도로 파산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LG건설 (현 GS건설)이 2000년에 KNPC의 탈황시설 프로젝트를 9천4백만 달러에 수주하면서 쿠웨이트에 진입한 네 번째 한국업체가 되었다. 이렇게 본격적인 한국 EPC업체의 쿠웨이트 진출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4. 한국 EPC업체의 전성기
2001년의 9/11 사태는 쿠웨이트에게는 태평성대를, 그리고 한국에게는 기회를 선사했다.
2003년 3월 미국의 승리로 끝난 이라크와의 전쟁 후, 유가는 계속 상승하였으며 쿠웨이트에는 최대 수혜자가 되어 돈 방석에 올라 앉았다. 뜻밖에도 쿠웨이트에 남아 있는 한국업체에게 절호의 찬스가 온 것이다.
2005년에는 예년 평균 발주액 대비 20배나 넘는 64억 달러가 계약되었다. 이때 한국 EPC업체의 수주 점유율은 49%였다. 그 때의 주역은 각각 12억 달러를 수주한 SK건설과 현대중공업, 그리고 7억 달러를 따낸 현대건설이었다. 당시 10억 달러의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초대형 공사로 여겼다. 드디어 한국이 쿠웨이트 플랜트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에, 한번 쿠웨이트를 떠난 외국업체가 다시 돌아오기에는 한국업체의 위상이 너무 커져 있었다. 그 옛날 쿠웨이트에서 군림하던 미국과 일본 업체들은 한국업체에 대한 가격경쟁력 약화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또한, 고유가 행진으로 인하여 타 중동국가에서도 발주물량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관심은 쿠웨이트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래프-2. 한국 EPC업체의 연도별 쿠웨이트 오일/가스 플랜트 시장 점유율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왔다. 그러나 이 위기는 오일머니로 건재한 쿠웨이트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2010년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75억 달러가 발주되었다. 승승장구하고 있던 현대건설이 14억 달러를, 대림산업이 9억 달러를, SK건설이 7억 달러를 각각 따냈다. 한화건설도 1.9억 달러를 수주하면서 처음으로 쿠웨이트에 들어왔다. 한국업체들은 또 다시 4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기염을 토했다.
2010년에 한국업체들이 총 36억 달러를 수주하면서 중동의 오랜 강자인 유럽업체들을 누르고 1위를 달렸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한국이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의 여러 국가들로 뭉쳐진 유럽을 꺾은 것이다. 2011년에는 기세를 몰아 쿠웨이트 총 발주 금액의 95%를 가져갔다. 공격적인 자세를 견지한 GS건설이 11억 달러를 수주하면서 한마디로 쿠웨이트는 한국의 텃밭으로 변했다
그리고 2014년과 2015년의 두 해 동안 총 37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오일/가스 플랜트 프로젝트가 이 조그만 나라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 발주 규모는 중동에서 가장 큰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50%나 많으며, 심지어는 아랍에미레이트의 2.8배에 이른다. 갑자기 쿠웨이트 전역이 플랜트 건설 현장으로 변했다.
특히, 세계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2개의 거대한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연달아 발주되었다. 2014년에 계약된 121억 달러의 클린퓨얼 프로젝트에서는 SK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등의 5개사가 참여하여 72억 달러를 따내면서, 수주 점유율 59%를 기록했다. 이 프로젝트로 삼성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은 쿠웨이트에 처음으로 상륙하게 된다. 아울러,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133억 달러 규모의 알주르 신규 정유공장에서 한국업체의 수주는 45억 달러로 34%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5. 쿠웨이트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현황
쿠웨이트의 화력발전소 건설 시장은 2000년대 초반에는 독일의 지멘스와 현지의 알가님인터내셔날(Alghanim International)이 서로 손을 잡고 지배하고 있었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GE와 제휴하여 2007년에 슈에이바 북부 발전소 프로젝트를 7억 달러에 따냈다.
그래프-3. 쿠웨이트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발주 현황 (과거, 현재, 그리고 전망)
이어 2009년에는 현대중공업이 GE와의 컨소시엄으로 사비야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26억 달러에 수주했다. 그리고 2013년에는 현대중공업이 알주르 북부 발전소 프로젝트를 10억 달러에 따냈다. 잘 나갈 것만 같았던 한국업체의 쿠웨이트 발전소 시장의 역사는 여기까지였다. 발전소 프로젝트에서의 큰 손실로 현대중공업은 발전소 사업의 해외 진출을 포기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래프-4. 쿠웨이트 발전소 프로젝트 EPC업체별 시장 점유율
2001년부터 2022년까지의 발전소 시장 점유율을 보면 현지의 알가님인터내셔날이 2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까지도 활발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어 강자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위는 2009년과 2013년에 2개의 대형 발전소 프로젝트를 26억 달러에 수주하여 24%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이다. 그리고 가스터빈 제조업체인 미국의 GE와 독일의 지멘스가 EPC 시장 점유율 20%대로 뒤를 잇고 있다.
쿠웨이트는 여름의 높은 온도, 높은 인구 증가율, 낮은 전기요금 등의 이유로 세계에서 1인당 전력 소비량이 가장 높은 국가 중의 하나다. 더구나 대부분의 발전소 시설은 낡고 보수가 필요하며, 전력난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쿠웨이트에서의 발전소 프로젝트는 수요에 따라 매 2년마다 발주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런 쿠웨이트에서 재정 적자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단 한 건의 발전소 프로젝트를 발주하지 못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2023년부터는 그동안 밀렸던 발전소 프로젝트가 나오기 시작한다. 일차적으로 30억 달러에 달하는 기존 발전소에 대한 개보수, 증설, 복합화력 전환 프로젝트들이 지난 2022년에 이미 입찰을 끝내고 2023년에는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그리고 50억 달러 규모의 알주르 북부 민자 발전소 2,3 단계 프로젝트가 2023년에 입찰을 시작하여 2024년에는 계약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는 총 60억 달러에 달하는 키란(Khiran)과 누와이십(Nuwaiseeb)의 2개 대형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대기하고 있다. 그동안, 지체되거나 중단되었던 프로젝트들이 봇물 터지듯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만큼, EPC업체와 벤더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6. 쿠웨이트를 지배했던 한국 EPC업체들
지난 22년 동안 쿠웨이트 오일/가스 플랜트 시장에서 활동했던 EPC업체는 총 26개 회사나 된다. 그 중에 한국이 9개사로 압도적으로 가장 많다. 1위는 영국의 페트로팩으로 총 103억 달러를 수주하여 쿠웨이트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여 주었다. 2위는 한국의 SK건설로 쿠웨이트를 기반으로 시작한 만큼, 한국업체 중에서 선두를 달려왔다. 그리고 한국업체와 제휴하여 그 레버리지로 EPC를 대거 수주한 미국의 플루어가 총 수주액 61억 달러로 3위에 올랐다.
그래프-5. 쿠웨이트의 오일/가스 플랜트 EPC플레이어들
쿠웨이트에서는 유달리 한국업체가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 상위 10개 업체 중에 한국이 반을 차지하며, 상위 24개 업체로 늘리면, 9개나 된다. 한국의 내노라 하는 EPC업체는 모두 다 쿠웨이트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쿠웨이트는 한국업체에게 엘도라도였다. 지난 2001년도 2016년까지 장장 16년 동안 한국 EPC업체들이 쿠웨이트의 플랜트 시장을 석권했다. 특히 연 평균 47%의 시장 점유율을 보여준 2010년부터 2016년까지는 한국업체의 전성기였다. 이 7년 동안 한국 EPC업체들은 쿠웨이트에서 발주되는 모든 오일/가스 플랜트 프로젝트의 절반을 가져간 것이다. 명실공히 한국은 쿠웨이트 플랜트 시장의 강자였다. 그렇게 쿠웨이트는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었지만, 나중에는 위기의 땅으로 변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 동안 한국업체가 단 한 건의 프로젝트도 수주를 못했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7. 쿠웨이트 플랜트 건설시장의 침체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쿠웨이트는 저유가와 산유량 감소로 인해 연속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는 300억 달러라는 상당히 큰 폭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쿠웨이트 전체 GDP의 28%에 달하는 큰 규모다 2020년 쿠웨이트의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로 인한 유가 급락, 기업들의 줄 폐업, 인력 감축, 프로젝트 중단, 소득 감소 등의 각종 악재들로 인해 -8.9%를 기록했으며,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수치이다.
이러한 정부의 재정적자로 인해 주요 프로젝트들이 지연되고 설비투자도 크게 감소하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동안 쿠웨이트의 플랜트 시장은 극심한 침체기였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컨소시엄이 2016년에 LNG수입터미널 프로젝트를 29억 달러에 수주한 이후로, 지금까지 한국업체의 수주는 없었다. 즉 6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한국업체의 수주는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페트로팩이 13억 달러를, 이탈리아의 사이펨이 11억 달러를, 인도의 L&T와 현지의 스페트코(Spetco)가 각각 7억 달러를 따내면서 한국업체의 빈 자리를 차지했다. 현지 건설사인 콤바인드그룹(Combined Group), 헤이스코(Heisco), 걸프스픽(Gulf Spic) 등도 5억 달러 이상을 수주하면서 EPC분야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쿠웨이트 경제도 지속된 경제적 혼란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2022년에는 5.8%, 2023년에는 3.8%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플랜트 건설 호황기로 달려가는 대망의 2023년에 쿠웨이트도 동참할 것이다.
8. 쿠웨이트 플랜트 프로젝트 시장 전망
쿠웨이트에는 2018년부터 계획되었으나 실행되지 못했던 초대형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알주르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후속타인 알주르 석유화학 콤플렉스다. 2018년 당시에는 그 투자비가 85억 달러로 책정되었으나, 지금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140억 달러를 쏟아 부은 일산 615,000배럴의 신규 정유공장 자체만으로는 타당성을 낼 수가 없어, 쿠웨이트는 곧 바로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대한 EPC입찰을 실시하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유가하락 등의 영향으로 계속 미뤄지면서 장기간 표류하고 있었다.
이 석유화학 콤플렉스 프로젝트는 2023년부터 입찰이 실시되어 2024년에는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국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등이 PQ에 통과하여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쟁상대로 스페인의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 프랑스의 테크닙에너지스, 이탈리아의 사이펨, 일본의 JGC 등이 나선다. 그리고 과거 한국업체의 안마당이었던 KOC에서 2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도 2023년에 발주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도시라고 하는 쿠웨이트에서 뜨거운 플랜트 시장이 열리고 있다. 한국 EPC업체들이 다시 한번 쿠웨이트에서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의 침체가 확실해지는 2023년, 마지막 남은 천재일우의 기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끝.
(상기는 해외건설협회에서 2022년 12월 30일에 발간한 2022년 4분기 “K-BUILD저널 기획 연재“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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